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페이스북 글이 연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김 실장은 최근 한달동안에만 A4 용지 수십장 분량의 장문을 연거푸 올리며 ‘폭풍 SNS’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거론하는 주제도 인공지능(AI) 혁명론부터 부동산 과세 강화, 금융 상품 도입 효과에 이르기까지 밑도 끝도 없다. 청와대 참모의 정제되지 않은 SNS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이고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을 졸이는 기현상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부처 정책을 총괄 조율하고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정책실장이 사적 공간이나 다름없는 SNS에서 날것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은 국정 컨트롤타워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다. 지난 5월 김 실장이 던진 ‘AI 국민 배당금제’ 제안으로 코스피가 장중 급락하는 대혼란이 벌어지자, 대통령실은 뒤늦게 “개인 의견”이라며 진화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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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부작용에 대해서도 반성은커녕 SNS를 통해 “서학개미 자금 유출 방어막”이라며 옹색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김 실장의 ‘SNS 독주’로 정부의 시스템 행정이 통째로 마비되고 있다는 .이다. 주요 경제 정책은 주무 부처의 정밀한 실무 검토와 세제·법률적 스크리닝, 당정 협의를 거쳐 나오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 참모가 SNS로 덜컥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 재정경제부나 국토교통부 같은 주무 부처들은 뒤늦게 불을 끄거나 참모의 입맛에 맞춰 후속 대책을 억지로 짜 맞추는 하수인 신세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오죽하면 관가에서 “정책실장 SNS 보기가 겁난다”, “정부가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느냐”는 자조 섞인 탄식조차 터져 나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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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와 주무 부처 장관들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선출되지 않았고,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도 거치지 않은 ‘그림자 권력’이 내각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정책이 실패했을 때 국회에 나가 질타를 받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은 결국 장관들이다. 권한도 없는 청와대 참모가 SNS로 ‘칼’을 마구 휘두르고, 책임은 내각이 지는 구조에서 어떤 장관이 소신을 갖고 책임 행정을 펼칠 수 있겠는가.
국정은 청와대 참모 한두 명의 화려한 SNS 플레이로 돌아가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다. 정제되지 않은 참모의 독단과 독주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결국 국민의 피해로 직결된다. 김 실장은 당장 ‘SNS 정치’를 멈추고 묵묵히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 역시 참모의 호가호위(狐假虎威)를 방치하지 말고, 무너진 ‘책임 장관제’와 시스템 행정을 조속히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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